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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별 미술사 따라잡기 #1] 3만 년 전, 사람들은 왜 어두운 동굴 벽에 그림을 그렸을까?(라스코 동굴벽화, 알타미라 유적)

by 페즈디스펜서 2025. 5. 13.

🎨 선사시대 벽화에서 시작된 인간의 시각예술

 

“사람은 왜 동굴 벽에 그림을 그렸을까?”

 

미술관, 박람회, 전시회… 오늘날 우리는 예술을 감상하고, 분석하고, 소비합니다. 하지만 수만 년 전, 인간이 처음으로 손에 도구를 들고 벽에 무언가를 그렸을 때, 그것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목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예술’은 언제, 왜 시작되었을까요?
그 기원을 찾아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는 어둡고 습한 석회암 동굴 속에서 그 흔적을 만나게 됩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약 3만 년 전, 선사시대 유럽의 깊은 동굴 속입니다.


 

라스코 동굴벽화

 

🐃 라스코 동굴벽화: 그림은 마법이었다

 

1940년 프랑스 남서부의 작은 마을 라스코(Lascaux) 근처. 어린 소년 네 명이 개를 따라 우연히 발견한 동굴 속에서, 인류는 가장 오래된 시각예술의 정수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 동굴의 벽에는 생생한 동물들의 모습이 가득했습니다.
들소, 야생말, 사슴, 아이벡스와 같은 동물들이 굵은 선과 강렬한 색으로 살아 움직이듯 표현되어 있었죠.
놀랍게도 이 벽화는 현대 화가가 그렸다고 해도 믿을 만큼 생동감과 비례감, 움직임의 묘사가 뛰어났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붓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나뭇가지, 짐승의 털, 손가락, 심지어 입으로 불어 넣는 안료 도구를 사용해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천장 높이에 있는 그림은 사다리 없이 그릴 수 없었고, 그 어두운 공간을 밝히기 위해

동물의 기름을 이용한 등불을 피웠습니다.
이 모든 정성과 노력을 들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는 ‘주술’

대부분의 고고학자들은 라스코 벽화가 단순한 낙서가 아닌 의례적이거나 주술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합니다.
‘동물을 그려내면 사냥이 더 잘 될 것이다’, 혹은 ‘그림을 통해 자연의 신과 소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죠.

즉, 이 벽화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간절한 기원이었으며, 세계와 나 사이의 상징적 다리였던 셈입니다.


알타미라 동굴벽화

 

🐂 알타미라 동굴: “거짓말이야!”라며 조롱당한 예술의 기원

 

프랑스 라스코와 함께 세계 2대 동굴벽화 유적으로 손꼽히는 곳이 **스페인 북부의 알타미라(Altamira)**입니다.
이곳 역시 처음 발견된 건 우연이었습니다. 1879년, 고고학자 사우투올라가 어린 딸과 함께 동굴을 탐험하던 중,
천장을 올려다본 딸이 이렇게 말했죠. “아빠! 여기에 소가 그려져 있어요!”

그리고 그 천장에는 실제로 수십 마리의 들소, 말, 사슴이 정교하고 입체감 있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동굴의 곡면을 따라 표현된 근육의 움직임, 원근감, 채색 기법은 당시의 미술 개념을 완전히 뒤흔드는 수준이었죠.

그러나 문제는… 너무 정교했던 나머지, 19세기 학자들은 이 벽화를 가짜라고 단정 지었다는 것입니다.


“구석기인이 이토록 사실적인 예술을 할 수는 없어!”


사우투올라는 학계의 조롱을 받았고, 억울함을 안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후 유럽 곳곳에서 유사한 선사시대 벽화들이 발견되자, 그제서야 알타미라의 진가가 인정되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인류 최초의 미술관”으로 불리며,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돼 있지요.


👣 예술은 인간의 ‘본능’일까?

이쯤 되면 이런 질문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사냥이나 생존도 중요했을 텐데, 왜 굳이 그림을 그렸을까?”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단순한 생존을 넘어서 ‘상징’과 ‘기억’을 남기려는 본능을 가진 존재입니다.
벽에 동물 그림을 남기는 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닌,
세상을 이해하고, 통제하고, 나아가 후손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벽화는 문자도, 언어도 없이 눈으로 전하는 최초의 메시지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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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에도 벽화는 계속된다

 

놀랍게도 이 “벽에 그림 그리기”는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피티, 벽화 예술, 거리 미술 등은 지금도 도시의 곳곳에 존재하며,
사람들은 여전히 벽에 자신의 감정, 정체성, 메시지를 새깁니다.

즉, 동굴에서 시작된 시각예술은 진화했지만 사라지지 않았고,
그 본질은 여전히 ‘표현하고 싶다’는 인간의 깊은 내면에서 나오는 욕망입니다.


📝 결론: 벽화는 예술의 씨앗이다

라스코와 알타미라의 벽화는 단순히 ‘옛날 사람들의 그림’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류가 세상과 소통하려 했던 최초의 시도,
그리고 예술이라는 강력한 언어를 탄생시킨 순간입니다.

불을 발견하고, 도구를 만든 후, 인간은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림은 생존의 기도였고, 기억의 흔적이었고, 신과 연결되는 주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그림을 그립니다.
핸드폰에 낙서를 하고, 사진을 찍고, 벽에 그림을 걸며… 인간은 계속해서 시각적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벽에 그려진 동물 하나에도 수천 년의 시간이 깃들어 있고,
그 속에는 가장 오래된 ‘인간다움’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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